2025년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WSOP)가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바로 50세 이상과 미만을 구분해 대결하는 이색 이벤트 ‘Battle of the Ages(세대간의 전쟁)’ 토너먼트다. 총상금 규모는 1,000달러 바이인(참가비)으로 치러졌으며, 출전 규모와 화제성 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WSOP 측은 이 이벤트를 위해 이틀간 두 개의 별도 스타팅 플라이트(예선)를 마련했다. 50세 이상 참가자는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Flight A에, 50세 미만 참가자는 오후 4시에 열리는 Flight B에 참가해 세대별 격돌이 이뤄졌다.
총 3,074명의 참가자가 몰린 이번 이벤트에서는 461명이 2일 차에 진출했다. Flight A(50세 이상)에서는 1,390명이 참가해 208명이 생존했고, Flight B(50세 미만)는 1,684명 중 253명이 살아남았다. 두 플라이트 모두 약 15%의 생존율을 보였다.
각 세대의 칩 리더는 2023년 WSOP 브레이슬릿 수상자인 조셉 로(Joseph Roh)가 595,000 칩을 쌓으며 시니어 플라이트를 이끌었고, 50세 미만 참가자 그룹에서는 일본의 시라사와 카즈히로(Kazuhiro Shirasawa)가 553,000 칩으로 선두를 차지했다.
상위 칩 카운트 명단에는 케네스 킴(Kenneth Kim), 호세 아길레라(Jose Aguilera), 캐서린 디버(Catherine Dever), 대런 힐(Darren Hill) 등이 이름을 올렸고, 조지 울프, 페이 리, 니콜라스 피터슨, 마르코 기베르트 등도 30만 칩 이상을 보유한 상태로 다음 날을 준비하게 됐다.
젊은 피 vs 경험치…“정답은 없다”
50세 미만 참가자 중에서는 온라인 포커 사이트 출신으로 유명한 조아오 시마오, 숀 뷰캐넌, 제레미 베커, 케인 칼라스 등도 톱 100 칩 카운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포커 인공지능 ‘솔버’ 학습을 기반으로 전략을 쌓아온 선수들로, 오프라인 포커 토너먼트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니어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빠른 진행과 계산된 공격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반면, Flight A에서는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베르토 다멜리안(Roberto Damelian), 게리 프리드랜더(Gary Friedlander), 라리 라이트(Larry Wright) 등 누적 상금 1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베테랑들이 상위권을 유지하며 ‘경험의 무게’를 입증하고 있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NHL 출신 하키 선수였던 에릭 클루티에(Eric Cloutier)다. 올해 50세가 된 그는 시니어 플라이트에 참가해 상대적으로 완만한 경쟁 속에서 다음 날 진출권을 획득했다. 한편, 마이클 미즈라키(Michael Mizrachi)는 50세 미만 그룹에 속했지만, WSOP 다년간의 경험으로 수월한 하루를 보냈다.
체력과 리듬 싸움…Day 2는 누구에게 유리할까?
Day 2는 오후 2시에 시작된다. Flight B 참가자들이 더 늦게 끝났기 때문에 시니어 그룹보다 최대 8시간 적은 휴식시간을 갖고 본선을 맞게 된다. 반면 Flight A 참가자들은 전날 오후 10시 이전에 종료되어 여유 있게 다음 날을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토너먼트는 하루 만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12시간 이상 진행될 경우에는 대회 운영진의 판단에 따라 하드스탑(중단)을 걸거나 생방송을 위한 구조 변경이 있을 수 있어, 체력적 우위가 승패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AARP(미국 퇴직자협회)에 따르면, 50세 이상 인구는 ‘결정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이 발달해 문제 해결이나 기억력에서 강점을 보인다고 분석된다. 반면, 젊은 참가자들은 집중력과 정보처리 속도, 체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다.
WSOP 측은 이번 실험적 이벤트에 대해 “향후에도 다양한 세대 맞춤형 구조 실험을 이어갈 것”이라며, “단순히 나이만으로 승부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세대별 전략과 스타일의 대결을 하나의 포커 콘텐츠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