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 데스룸’에서 세븐하이는 단순히 게임에 참여한 한 명의 참가자 그 이상이었다. 그는 격한 대립이나 화려한 퍼포먼스 대신, 조용한 눈빛과 절제된 언행으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전략가였다. 처음에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이미지로 다가왔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그의 플레이에는 일관된 논리와 정교한 심리 계산이 숨어 있음을 시청자들은 직감하게 된다.
그는 결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흐름을 읽는 감각, 다른 이들의 숨겨진 의도를 포착하는 능력,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날카롭게 반응하는 침착함은 포커 플레이어로서의 오랜 경력을 증명하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세븐하이는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WSOP)를 포함해 다양한 국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실력자다. 오프라인 무대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굵직한 성과를 쌓으며, 포커 팬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가 ‘데블스 플랜’이라는 서바이벌 무대에서 보여준 전략적 움직임은, 단순히 감에 의존한 게임이 아니라 확률과 통계, 심리와 타이밍을 모두 종합한 결과물이었다. 이는 포커라는 세계에서 갈고닦은 실전 감각과 프로 정신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었다. 세븐하이는 단순히 ‘포커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정보 속에서 본질을 꿰뚫고 움직이는 진짜 ‘전략가’였으며, 그 진면목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드러났다.
그런 그가 ‘데블스 플랜’이라는 낯선 무대 위에서도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 그는 진짜 승부를 해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틈을 파고드는 냉철한 관찰력
게임이 진행될수록 세븐하이의 진가는 더욱 선명해졌다. 그는 타인의 언행에서 미묘한 불일치를 잡아내며 숨은 의도를 감지하는 데 능했다. 거창한 연설이나 격렬한 논쟁 대신, 상대가 무심코 흘린 단서에 집중하며 다음 수를 읽었다.
특히 집단 전략이 난무하던 감옥동에서는 특정 플레이어의 반복된 심리 패턴을 파악해, 연합 내의 균열을 유도하거나 배신의 타이밍을 정확히 짚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감정 표현이 많은 참가자들 사이에서 세븐하이의 절제된 태도는 오히려 심리전의 무기로 작용했다.
연합과 감정 사이의 경계 위를 걷다
흥미로운 점은, 세븐하이가 감정을 철저히 숨기기보다는 ‘제어된 감정’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실제 포커 토너먼트에서도 감정이 통제 불능일 때 실수가 나오기 쉽지만, 그는 필요한 순간에 분노하거나 웃으며 사람들의 방심을 유도했다. 포커 특유의 블러핑 기술이 돋보이는 순간이였다.
방송 후 공개된 사진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세븐하이가 감옥동 동료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 사람들과 시작하고 끝났다”는 그의 멘트는, 단순히 이성적인 전략가가 아니라, 인간적인 교류와 신뢰를 중시하는 복합적 인물임을 보여준다.
끝까지 살아남은 자의 무게 있는 한마디
최종 4인에 이름을 올린 그는, 마지막 SNS 소감에서 “부족했고 처절했지만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패배에 대한 자조가 아닌, 치열했던 심리전과 게임에 대한 순수한 존중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그에게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은 단순한 예능이 아닌, 자신의 기술과 감정을 모두 시험했던 또 하나의 무대였던 셈이다.
포커 룰에서 익혀온 분석력, 인내심, 심리 기술은 데스룸 안에서도 유효했다. 그리고 그것은 세븐하이를 단순한 ‘포커 고수’가 아닌, 사람과 관계를 다룰 줄 아는 ‘두뇌형 서바이버’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