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국으로 전 세계의 기억에 남아 있는 이세돌이 이제는 포커 테이블 위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그의 포커 도전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2024년 M-Tour 데뷔전을 시작으로, 그는 마인드 스포츠라는 공통된 철학 아래 ‘포커 플레이어 이세돌’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착실히 다져가고 있다.
“그는 더 이상 초보가 아니다”
2024년 6월 M-Tour ‘The Opening’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이세돌은 공식 첫 출전임에도 3위라는 성과를 기록했다. 단지 결과만이 아닌, 경기 중 보여준 베팅 리듬, 블러핑 시점, 그리고 상대의 패턴을 분석하는 빠른 직관이 전문가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로부터 1년. 이세돌은 그간 M-Tour 정규리그 일부 예선과 특별 초청전 등 최소 5개 이상의 포커 토너먼트에 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비중보다는 실전 경기를 꾸준히 쌓는 데 집중해 왔으며, 현재 국내 상위 아마추어 랭킹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중이다.
M홀덤 트레이닝 아카데미의 코치 출신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세돌은 단순히 바둑 출신이라는 유명세가 아니라, 진짜 공부하고 연습한 플레이어다. 핸드리딩에서 수학적 확률과 심리적 타이밍을 정확히 결합시킨다. 이제 더 이상 ‘데뷔 1년 차’라는 말이 무색하다.”
마인드 스포츠로서의 ‘홀덤 철학’
이세돌은 바둑과 포커를 모두 ‘추상 전략게임’이라 표현한다. 바둑은 열린 정보 속의 완벽한 추론이라면, 홀덤은 제한된 정보와 심리를 교차시킨 역추론의 미학이다.
그는 과거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바둑이 361칸에 모든 게 오픈되는 싸움이라면, 홀덤은 두 장의 패를 감추고 5장을 공유하는 구조에서 오는 복합적 확률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경기마다 스타일을 달리하는 유연함을 보여준다. 때로는 철저히 수비적이고, 또 때로는 포커 전략을 살려 돌발적인 공격성으로 상대를 압박한다. 이런 유연한 사고방식은 바둑에서 ‘기풍’이라 불렸던 그의 장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부분이다.
‘데블스플랜2’로 다시 본 이세돌의 심리전
이세돌은 2025년 초 넷플릭스 ‘데블스플랜 시즌2’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초반 팀전에서 약간의 주춤함이 있었으나, 후반 개인전으로 전환되면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가 포커에서 보여주는 ‘무표정한 결단’과 ‘정적인 압박’은 데블스플랜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출연자들 사이에서는 그를 “말 없는 심리폭격기”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세돌의 방송 출연은 대중들에게 마인드 스포츠의 깊이를 알리는 계기가 됐고, 동시에 그의 포커 실력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졌다.
“지금은 한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포커 플레이어 중 하나”
이세돌은 아직 프로 포커 플레이어로서의 정식 등록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2025년 하반기 MPT 코리아 서킷 참가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제 홀덤 대회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해석된다.
텍사스 홀덤 전략가이자 코멘테이터로 활동 중인 ‘앤드류 조’는 그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실력의 깊이, 변수 대응 능력, 긴장 속에서도 침착한 태도. 이세돌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포커 플레이어 중 하나다. 1~2년 안에 아시아 서킷에서 충분히 이름값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세돌, 포커를 통해 ‘스포츠와 사행의 경계’를 허문다
이세돌의 포커 도전은 개인의 커리어를 넘어선 문화적 실험이기도 하다. 여전히 국내에서는 포커가 도박과 동일시되는 시선이 많지만, 이세돌은 “포커는 명백히 실력 기반의 마인드 스포츠이며, 적절한 제도와 환경만 갖추면 누구나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지적 게임”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M-Tour와 국제마인드스포츠협회는 그를 공식 홍보대사로 위촉해, 마인드 스포츠의 대중화와 건전한 국내 홀덤 인식 확산에 선도적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이세돌은 지금, 제2의 전성기를 향해 달리고 있다. 바둑에서의 직관을 카드 테이블로 가져온 그는 더 이상 ‘전설의 은퇴자’가 아니다. 그는 또 다른 전장에서 ‘승부의 본질’을 증명하고 있다.
